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날 <소년심판>이 공개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총 10부작으로 제작된 <소년심판> 시즌 1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김혜수 분)가 지방법원 소년부에 새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법정극인데요, 김혜수를 비롯한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등이 판사 역할로 나와 열연을 펼치며 10부작에서 4개의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소년범들을 연기한 신인 연기자들 또한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소년심판>에서 다뤄지는 4개의 에피소드들은 모두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을 모티브로 제작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우선 티비 광고나 예고편을 통해 가장 많이 공개가 된 1화는 "인천 동춘동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과 매우 유사한 지점이 많아 실제 사건은 어땠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천 동춘동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
2017년 3월 29일에 인청광역시 연수고 동춘동에서 일어난 초등학교 2학년 여자 아이를 유괴, 살인, 시신홰손 유기한 사건입니다.
범인은 피해자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있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청소년인 18세 김모양(2000년 10월 생)이었으며 방조범으로 SNS 지인 20세 박모양(1998년 12월 생)도 함께 구속되었습니다.
범인 김모양과 방조범 박모양은 사건 발생 2달 전 트위터의 '자캐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사이었습니다. (자캐 커뮤니티는 '자작 캐릭터'를 만들어 사람들과 자작 캐릭터를 통해 소통하는 커뮤니티를 말합니다.)
김양은 평소 컴퓨터로 "살인", "엽기" 등을 검색하고 시신을 훼손하거나 현장을 취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는 드라마와 소설을 보는 등 관련 내용에 심취해 있다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범행했을 가능성이 커 보였습니다.
2017년 3월 29일 오후, 김양은 놀이터 공원에서 앉아있다가 오후 1시경 주변에 있었던 초등학교 2학년생 여자아이가 친구들과 놀던 중 부모님께 전화하기 위해 김양에게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요구했고, 김양은 그 초등학생에게 지금 배터리가 없으니 집 전화를 쓰라며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습니다. 집으로 유인하는 과정에서 김양은 CCTV를 의식해 집이 15층인데 13층에 내려 계단으로 집에 올라갔습니다.
지신의 집으로 초등학생을 유인한 뒤 자신의 방에서 고양이와 놀고 있던 초등학생을 김양은 태블릿 PC 충전케이블로 목을 졸라 살해하였습니다. 그리고 살해한 초등학생의 시신을 화장실로 옮겨 집에 있던 식칼로 머리를 제외한 신체를 토박내고 난도질 한 후 토막낸 시신을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고 장기는 따로 빼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화장실을 깨끗히 청소한 후 자신의 집 아파트 옥상 물탱크 위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토박시신을 유기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김양은 박양과 SNS를 통해 공유했습니다. 박양에게 "잡아왔다.", "살아있어, 여자애야", "목에 전선 감아놨어" 등 메세지를 주고받았으며 박양 역시 "CCTV는 확인 했어?"라며 범행에 관련된 조언을 하는 반면 "손가락은 예뻐?" 등 물었고 김양은 이에 "손가락이 예쁘다"고 답하기도 햇습니다. 또한 통화를 통해 박양은 김양에게 "침착해라, 알아서 처리해라" 등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김양은 살해한 초등학생의 시신 중 손가락 일부를 절단한 뒤 봉투에 넣고 오후 4시 경에 집을 빠져나와 서울로 이동해 박양을 만나 손가락이 있는 봉투를 건네주었습니다. 그리고는 3시간 가량 사체가 든 봉투를 들고 식사를 하거나 돌아다니는 등 태연한 행동을 하다가 봉투를 들고 집으로 귀가하던 중 해당 사체를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반면 피해자 초등학생 가족들은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아이를 찾아나섰습니다. 놀이터에서 가방을 발견하고 아파트 안내방송을 통해 아이를 찾다가 결국 오후 4시경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CCTV를 뒤진 끝에 엘레베이터 타고 내리는 장면을 포착하여 해당 동의 모든 집을 샅샅이 수색, 결국 그날 밤 10시경 피해자의 시신을 아파트 옥상에서 발견하였고, 경찰이 김양의 집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 김양의 어머니를 통해 김양을 귀가시킨 후 자정이 넘어서 김양을 체포했습니다.
국과수 부검을 통해 피해자가 목에 졸려 사망했을이 밝혀졌고 김양은 자신이 태블릿 PC 충전 캐이블로 목을 졸라 살해했음을 자백했습니다. 4월 10일에는 방조범으로 박양이 지목되어 범행방조 및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김양은 범행 동기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이가 고양이를 괴롭혀 죽였다.", "자신이 다중인격이며 또 다른 인격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하며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양이 우울증과 조현병으로 치료받은 전력이 있으나 그것이 범행의 원인,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지었습니다. 해당 사건을 다룬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전문가들은 CCTV를 의식하여 엘베에 내려 계단을 이용하거나 현장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등의 모습 등에서 계획적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박양은 훼손된 시신 일부를 건네받아 유기한 혐의와 김양과의 통화내역, CCTV 분석 등을 통해 살인방조 혐의까지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재판 결과
두 사람의 죄에 대한 재판은 각각 진행됐습니다. 방조범 박양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된 김양은 그동안의 진술을 번복하고 박양의 지시에 의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김양은 박양이 수십 차례에 걸쳐 자신에게 어린 아이를 죽이라고 욕했으며, 과거 왕따를 당하면서 친구라는 존재에 애착이 있어 처음에는 박양을 보호하고자 단독 범행처럼 진술했으나 이후 마음이 바꼈다고 진술했습니다.
반면 박양은 사체유기 혐의는 인정했으나 살인방조에 대해서는 부인했습니다. 살인 계획인지 전혀 알지 못했으며 사체 일부를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손가락도 모형이고 커뮤니티에서 해오던 역할놀이 일부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측은 김양의 휴대폰에 남아있는 문자 내용을 증거로 제출, 문자 내용에 따라 박양에게 살인교사죄 적용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증거로 제출된 문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박양 : 미안한 이야기지만 내가 얽힐 일은 없나요?
김양 : 없도록 할게. 장담은 못 하지만 같이 엮이진 않을 듯
박양 : 부탁해요. 지금까지 몇 번을 토했는지 모르겠어
김양 : 일단 내 정신 문제라고 서술하고 있어
박양 : 핸드폰 조사는 안 하던가요
김양 : 응 전과 안남는다고 장담할게
박양 : 나 당신 많이 좋아해. 믿어줄래요?
박양 : 나중에 끝나고 연락해요. 못 본다니 아쉬울 것 같아요
한편 박양의 화려한 변호인단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유명 법무법인이 속한 12명의 변호사를 선입했으며 이중에는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출신도 포함 부장판사 출신 변호인이 4명이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인 1명을 선임하는 비용이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달하는 것을 볼 때 박양의 집안이 엄청난 유력가로 추측됩니다. 이 변호인단은 박양의 재판을 12월 전까지 끝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만 18세였던 박양은 12월 생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법적 미성년자로 소년법의 보호를 받지만 12월 생일이 지나면 더 이상 소년법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편 김양이 박양이 살인을 지시했다는 주장에 박양은 대화기록 전부를 저장해뒀으니 거짓말하지 말라고 맞받아쳤으나 이는 김양을 협박하기 위한 거짓말로 밝혀졌습니다.
한편 김양의 재판은 계속해서 계획되지 않은 범행이며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루어진 범행임을 주장하며 어머니의 설득에 의한 것이지만 자수를 했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주장했으나 검착 측은 정신분석 기록을 증거물로 제출하며 정신장애 가능성이 굉장이 낮고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김양측 변호인은 "심신미약 인정 안될 것 같고 (소년법상)최고형 20년 받을 것 같다", "변호인이 할게 없다. ", "솔직히 사형해야할 것 같다."라고 했다가 김양과 재판부의 제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진행된 재판에서는 김양과 박양이 범행 당시 주고받은 메세지가 세세히 공개되면서 검찰은 박양이 살인방조죄가 아닌 살인죄(공모공동정범)으로 공소장변경을 신청, 재판부는 이를 허가했습니다.
당시 주고받은 메세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2017년 8월 29일에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양에게 소년법상 최고 형량인 20년, 박양에기는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당시 만 18세 이상이었던 박양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긴 했지만 박양 또한 아직 소년법에 적용받을 수 있는 나이었기에 구형은 그렇게 했지만 재판부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할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하지만 2017년 9월 22일 진행된 1심에서 재판부는 구형 그대로 김양에게 20년, 전자발찌 30년 형, 박양에게 무기징역형이 내려졌습니다. 대부분의 범죄가 구형보다 낮게 선고되는 점으로 봤을 때 놀라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심을 진행했으며 김양은 계속 심신미약을 주장하였으며, 박양은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주장과 함께 김양의 진술이 계속 바뀌고 있는 점을 들어 박양이 지시했다는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양은 계속해서 박양의 지시로 범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박양측은 지시한 적 없다고 주장하면서 항소심은 진행되었으며 재판은 두 사람이 각각 상대방의 증인이 되어 각자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또한 정신의학 전문가의 상담과 증언을 통해 김양의 심신미약 여부에 대한 판단이 진행됐습니다.
결국 2심 판결은 김양은 1심과 같은 소년법 최고형 징역 20년, 전자발찌 30년 형, 박양은 살인 공모죄가 아닌 방조죄로 인정되어 무기징역에서 징역 13년 형으로 감형되었습니다. 재판부는 김양의 자폐성 장애인 아스퍼거 증후군, 심신미약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2심 선고도 불복, 상고장을 제출하였으나 2018년 9월 13일 대법원이 2심 선고내용을 확정하면서 김양은 징역 20년과 전자발찌 30년 형, 박양은 징역 13년 형을 확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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